ECB, 500유로 지폐 퇴출.. 마이너스 금리 ‘걸림돌’ 치워
현지시간 4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결국 500유로(약 66만3835원)짜리 지폐를 퇴출하기로 했다.
이날 ECB는 오는 2018년말까지 500유로 지폐의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500유로 지폐는 무기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CB는 고액권인 500유로 지폐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2월 500유로 지폐의 폐지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고액권이 탈세, 마약 거래, 테러 자금 등 범죄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ECB는 500유로 지폐가 애초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 500유로 짜리 고액권이 ECB 통화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고액권은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지금 유로존의 상황은 다르다. 극심한 정체를 보이는 유럽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ECB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마이너스 금리란 은행에 돈을 맡길 때 이자를 받는 대신 보관료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에 돈이 돌도록 하려고 취한 극단적인 통화 정책이다.
하지만 고액권은 현금으로 보관하기 쉽다. 보관료를 내고 은행에 맡기느니 차라리 500유로짜리 지폐로 바꿔 집에 쌓아두는 게 유리하다. 자칫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통화량을 더 줄이는 결과로 끝날 수 있다.
씨티그룹의 월럼 뷰이터 이코노미스트가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하려면 현금을 폐기하거나 현금에 세금을 물려야 할 것이라며 현금 사용을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CB 입장에서 500유로 지폐는 마이너스 금리의 정책적 효과를 반감시키는 걸림돌이다. 고액권 사용을 막거나 없애면 현금 보관의 불편함이 커지고 금융거래가 지금보다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을 노린 셈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ECB가 서둘러 500유로 지폐를 없애기로 한 진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