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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3위 은행 구제금융 임박.. 유럽 은행권 위기 확산

FX분석팀 on 12/06/2016 - 08:47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 Italexit) 우려가 높아지면서 가뜩이나 부실한 이탈리아 은행들의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이탈리아 3위 은행의 유상증자에 제동이 걸리면서 정부의 구제금융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은행권이 자금조달을 통한 부실 해소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유럽 전역에 은행발 금융위기가 몰아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지시간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 자산 기준 3위 은행인 방카 몬데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 은행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구제금융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기도 한 BMPS는 유상증자를 통한 50억 달러 규모 자본금 확충을 추진해 왔지만 개헌 국민투표 부결로 이같은 방안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FT는 민간차원 구제금융 방안을 마련해온 은행가들이 BMPS에 정부의 구제금융을 준비하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BMPS의 생사여탈권을 쥔 투자자는 중동 국부펀드인 카타르투자청이다. 카타르투자청이 당초 밝혔던 10억 달러의 투자를 이행해야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BMPS자문사인 JP모건체이스가 카타르투자청 설득에 나섰지만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FT는 전했다.

카타르투자청의 투자가 무산되면 정부의 구제금융 자금 투입과 출자전환 등 구조조정 패키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고 은행이 국유화될 처지에 놓였다고 했다. BMPS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실자산이 많은 은행으로 꼽힌다. 극심한 경제위기를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에서 평균 핵심자본비율(CET1)이 12.07%에서 -2.44%로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와 50여개 이탈리아 은행 중 꼴찌를 차지했다.

BMPS에 대한 정부의 구제금융 투입은 이탈리아 은행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 및 저수익 자산규모는 3,600억 유로 안팎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4배 폭증했다.

유럽은행감독청에 따르면 유로존 내 경제규모 3위인 이탈리아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17%로 유럽연합(EU) 은행 평균(5.6%)을 크게 웃돈다. 패트릭 오도넬 애버딘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BMPS가 실패한다면 증자가 필요한 다른 이탈리아 은행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우니크레딧은 130억 유로, 카리케·베네토 방카는 35억 유로 등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일단 이탈리아 은행 부실이 당장 유럽 은행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크레딧스위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유럽계 은행의 이탈리아 금융권에 대한 익스포저는 2% 미만에 불과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은행이 해외 금융권에 대한 익스포저를 대폭 축소하는 등 긴축경영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프랑스의 BNP파리바나 크레딧 아그리콜 은행은 이탈리아 익스포저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년에 이탈렉시트 본격화하고 프랑스에서 극우정권이 집권하는 등 정치지형이 급변할 경우 유럽 각국의 은행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금융위기가 재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유럽중앙은행(ECB) 이사인 에발트 노워트니는 이탈리아 은행 부실이 유럽 은행권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는 않겠지만 부실화된 개개의 은행에게는 적지 않은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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