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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세계 경제 먹구름.. “달러 강세 계속된다”

FX분석팀 on 05/09/2022 - 08:26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도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수년 전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은 달러 약세로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며, 월가의 많은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달러 강세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에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8.5% 급등하며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달러화 가치도 수십 년만의 최고치에 도달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6일 한때 104를 넘어서는 등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1년 동안 14% 상승했다. 달러화의 상승이 이어지면서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은 폭락하고 있다.

WSJ은 이러한 추세에 대해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던 1970년대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73년 아랍 산유국의 석유 금수조치로 ‘오일 쇼크’가 왔던 당시에는 미국의 물가가 치솟으면서 달러화가 폭락한 바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974년 1월부터 1980년 1월 사이 달러화 가치는 당시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통화 중 하나였던 서독 마르크화 대비 40% 가까이 고꾸라졌다. 1979년 폴 볼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서 달러화는 비로소 강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날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달러 강세를 촉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령이 장기화하면서 산업 생산이 현저히 둔화하고 있다. 국제 경제 전망 기관들도 잇따라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8%에서 4.3%로 낮췄다.

유럽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며 경기 침체 위협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우려는 투자자들의 유로화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 유로화는 지난 한 해 동안 달러화 대비 13%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반해 미국의 경제는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소비자들은 은행 계좌에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으며, 물가가 오르는 와중에도 견조한 소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요 기업들도 연구·개발(R&D)과 인프라·장비 등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 회의에서 미 경제가 일련의 금리 인상을 견뎌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영국 바클레이즈의 미 인플레이션 거래 책임자이자 과거 외환 트레이더였던 크리스 맥레이놀즈는 다른 국가들의 인플레이션과 성장 전망이 미국보다 더 나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다른 통화들의 가치를 앞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다른 나라들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피해가 훨씬 적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전망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서 전체 운용액 9조 달러 중 20%를 관리하는 릭 라이더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FO)도 달러화를 계속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달러화를 계속 매수하고 있고, 유로화·중국 위안화·엔화 등 미국과 비교해 경제 성장 둔화로 충격을 받은 화폐들을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별로 제각각인 통화 정책 정상화의 속도도 화폐 가치의 향방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BMO 캐피털 마켓의 외환 전략 유럽 대표인 스티븐 갈로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도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연준보다 ECB의 긴축 속도가 뒤처질 것이라고 이달 초 밝힌 가운데 아직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통화 완화 기조를 계속 유지할 방침을 밝혔다.

반면, 미 연준은 올해 말 기준금리를 3%까지 인상할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은 현재 0.75~1.00%인 기준금리를 올 6월 1.50~1.75%로 인상하는 데 이어 7월 2.00~2.25%로, 12월에는 2.75~3.00%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WSJ는 달러화 강세의 또 다른 배경은 유럽 투자 자산에 비해 미국 투자 자산이 월등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한 가지 척도로 주식 시장의 수익률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주식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었지만, 유럽 주식 수익률은 더 낮고 제한된 범위 안에 머물러 있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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