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 500억프랑 수혈 받았지만.. “불씨 여전”
15일(현지시간) 위기설에 빠진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중앙은행(SWB)으로부터 최대 500억스위스프랑에 달하는 자금을 긴급 지원받기로 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미국에서 유럽까지 퍼진 금융 시스템 리스크 불안감은 여전하다.
CS는 위기설이 불거진 주가가 24.24% 폭락하며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자 16일 스위스 중앙은행로부터 최대 500억스위스프랑을 대출받아 유동성을 강화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CS 위기설은 CS 최대주주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SNB)의 아마르 알 쿠다이리 회장은 전날 지분이 10%를 넘으면 새로운 규제를 적용 받는다며,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SNB는 지난해 지분을 9.9%까지 늘리며 각종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CS를 사실상 떠받쳐 왔다. 그런데 추가로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버팀목’ SNB마저 CS를 포기한다면 부도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공포가 만연했다.
특히, CS는 지난해 기준 자산 규모가 5313억스위스프랑(약 5700억달러)에 달한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의 2090억달러보다 세 배 가까이 많다. 각종 위기설 탓에 급감한 자산 규모가 이 정도다. 세계 9대 투자은행(IB)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덩치가 크다. 지역은행 단위와 비교하면 시스템 리스크 위기의 차원이 달라지는 셈이다. 밥 미셸 JP모건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더 많은 고통이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CS는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긴급하게 유동성을 공급받고 있다고 밝히며 불안 심리 차단에 나섰지만, 혹시나 모를 금융위기 공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월가 큰 손’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주주 서한을 통해 SVB 사태 이후 피해가 얼마나 확산했는지 알기는 너무 이르다며 불확실성을 토로했다.